천만 도시의 머리 위, 성곽을 따라 걷는 북한산 주능선 횡종주. 수십 번 오른 산을 처음 보는 산으로 만드는 종주의 힘과 화강암 능선의 매력을 담았습니다.
세계 어느 대도시가 이런 산을 가졌을까. 버스에서 내려 삼십 분이면 화강암 능선 위에 올라서고, 그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천만 명이 사는 도시가 발아래 펼쳐지는 산. 북한산 주능선 횡종주는 산을 넘는 일이면서 동시에 도시를 읽는 일이다. 비봉 위에 서면 경복궁의 축이 보이고, 문수봉을 지나면 성곽이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수백 년 전 이 능선에 돌을 쌓아 올린 사람들과, 오늘 그 돌 옆을 지나는 등산화들이 같은 길 위에 있다.
횡종주라는 말이 좋다. 산을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 산을 가로질러 통과한다는 것. 서쪽 불광동에서 능선에 붙어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을 지나고, 대남문부터는 산성 주능선의 성문들 —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 을 하나씩 통과해 동쪽으로 빠져나온다. 성문을 지날 때마다 관문을 하나씩 통과하는 기분이 든다. 이 길에서 산행은 이동이 아니라 서사가 된다.
능선의 서사
북한산 주능선이 사랑받는 이유는 역설적이다.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산이라서, 사람들은 이 산을 수십 번, 수백 번 오른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생각한다. 저 능선을 한 번에, 끝에서 끝까지 걸어보면 어떨까. 익숙한 산을 낯설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종주다. 조각조각 알던 봉우리들이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지는 순간, 수십 번 오른 산이 처음 보는 산이 된다.
그리고 이 능선에는 화강암이 있다. 비에 씻기고 바람에 닳아 둥글어진 흰 바위들. 사모바위 앞 너른 마당에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앉아 쉰다.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도시가 가장 멀게 느껴지는 자리가 있다는 것 — 그게 이 종주가 서울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계절 노트
- 봄 — 진달래능선이 이름값을 하는 계절. 주능선에서 갈라지는 지능선까지 분홍이 번진다.
- 여름 — 화강암이 달궈지는 한낮은 피하고, 이른 아침 서쪽에서 출발하는 편이 순하다.
- 가을 — 공기가 맑아 조망이 가장 깊어진다. 능선 위에서 도시와 단풍을 동시에 내려다보는 호사.
- 겨울 — 눈 덮인 백운대 일대는 위엄이 있다. 암릉 구간 결빙 주의, 아이젠 필수.
팩트 박스 (참고치)
- 구간: 불광동(향로봉 들머리)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대남문 – 대성문 – 보국문 – 대동문 – 동장대 – 위문 방면 – 우이동 (변형 다수)
- 거리: 약 13~17km (백운대 포함 여부, 들·날머리에 따라 상이)
- 소요시간: 약 6~9시간
- 유의: 일부 암릉·통제 구간 여부는 국립공원 공지 확인 필요
- 난이도: 중급. 거리보다 바위 구간의 집중력이 관건
이 길을 걸은 사람들
사이트의 실제 완주 기록 중, 시작·종료 좌표와 경로 중간 지점을 대조해 불광 들머리 ↔ 우이동 날머리가 일치함을 확인한 트랙이다.
- 북한산 종주 (16.4km · 누적상승 1,567m) — 불광에서 우이동까지 횡종주 완주
- 불광역–족두리봉–향로봉–비봉–승가봉–문수봉–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도선사–우이동 (14.0km · 886m) — 성문 시퀀스가 제목에 그대로 담긴 교과서 코스
- 족두리봉에서 대동문 거쳐 백운대, 우이동 하산 (14.8km · 1,254m) — 백운대까지 얹은 변형
커버 사진: Ingu Kang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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