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무게, 체중의 10%가 기준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물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 하나입니다. 배낭 전체 무게가 자기 체중의 10%를 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체중이 대략 60kg이라면 물과 간식을 포함해 6kg 안팎, 70kg이라면 7kg 안팎이 목표입니다. 하루 이틀은 10kg 배낭도 멜 수 있지만, 순례길은 대략 30일 동안 매일 20~25km를 걷는 여정입니다. 초과 무게는 그대로 무릎과 발바닥, 어깨에 누적되고, 순례길에서 짐이 무거워 중도에 물건을 버리거나 우편으로 부치는 사람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처음 패킹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저울에 올려 보고, 10%를 넘는다면 "이게 없으면 정말 곤란한가?"를 기준으로 다시 덜어내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순례길의 짐은 "필요할지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쓰는 것"만 남기는 것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카테고리별 준비물 체크리스트
의류 — 3벌 순환 원칙
의류는 입는 것 1벌 + 배낭 속 2벌, 총 3벌로 순환시키는 것이 표준입니다. 매일 저녁 숙소에서 그날 입은 옷을 손빨래해 널고, 다음 날 마른 옷을 입는 방식입니다. 면 소재는 마르지 않고 무거워지므로 피하고, 속건성 기능성 소재를 고릅니다.
| 품목 | 수량 | 비고 |
|---|---|---|
| 속건성 티셔츠 | 2~3장 | 면 금지, 반팔 기준 |
| 트레킹 바지 | 1~2벌 | 지퍼 탈부착형이면 반바지 겸용 |
| 속옷 | 2~3장 | 속건 소재 |
| 양말 | 3켤레 | 발 관리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
| 방풍·보온 재킷 | 1벌 | 경량 패딩 또는 플리스 |
| 숙소용 옷 | 1벌 | 저녁·취침 겸용, 가벼운 것 |
| 모자·선글라스 | 각 1 | 메세타 구간 햇빛 대비 필수 |
| 샌들 또는 슬리퍼 | 1켤레 | 숙소·샤워장용, 저녁에 발 쉬게 하기 |
침구와 우천 대비
- 경량 침낭 또는 침낭 라이너: 알베르게는 담요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여름에는 라이너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고, 봄·가을에는 대략 500g~800g급 경량 침낭이 무난합니다.
- 판초 우비 또는 레인재킷 + 배낭 커버: 갈리시아 구간은 맑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이 잦습니다. 배낭까지 한 번에 덮는 판초형이 편하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 배낭 내부 방수: 배낭 커버만으로는 폭우에 안이 젖습니다. 큰 비닐백이나 방수 색을 안에 깔고 짐을 넣는 이중 방수가 안전합니다.
약품과 위생용품
- 물집 대비 세트: 바늘·실, 소독약, 물집 전용 패드, 테이핑 테이프
- 진통소염제, 소화제, 지사제, 개인 상비약
- 바셀린(발 마찰 방지용), 선크림, 립밤
- 고체 비누 1개(몸·머리·빨래 겸용), 초경량 수건, 빨래집게·안전핀 몇 개
- 귀마개, 안대: 도미토리 숙소에서 숙면을 좌우하는 작은 필수품입니다
전자기기와 서류
-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멀티포트 충전기 1개(콘센트 경쟁이 치열합니다)
- 보조배터리 대략 10,000mAh 1개
- 유럽형 어댑터(C타입 플러그)
- 여권,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 여행자 보험 증서 사본, 비상용 카드와 약간의 현금
- 헤드랜턴 또는 소형 랜턴: 새벽 출발과 도미토리 야간 이동에 유용합니다
가져가지 말아야 할 것
- 청바지, 면 후드티: 무겁고 마르지 않으며 젖으면 최악입니다.
- 노트북, 책 여러 권: 대부분 한 번도 꺼내지 않고 무게만 차지합니다. 책은 전자책으로 대체합니다.
- 드라이어, 다리미, 대형 화장품: 숙소에 있거나 애초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 "혹시 몰라서"용 여벌 신발: 워킹화 1켤레 + 샌들 1켤레면 충분합니다.
- 캠핑 장비: 텐트·버너·코펠은 순례길에서는 불필요합니다. 숙소와 바르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것
순례길은 오지 트레킹이 아닙니다. 큰 마을마다 슈퍼마켓과 약국, 아웃도어 용품점이 있어 소모품은 대부분 현지에서 살 수 있습니다.
- 선크림, 세면용품, 세제, 물집 패드, 테이프류 — 약국(Farmacia)에서 쉽게 구합니다
- 양말, 티셔츠, 우비 — 중간 규모 이상 도시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 등산 스틱 — 출발지 생장피드포르나 사리아 등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 물과 간식 — 매일 아침 그날 필요한 만큼만 사서 무게를 최소화합니다
즉, 한국에서 완벽하게 다 챙겨 가려고 짐을 늘리는 것보다, 부족하면 현지에서 산다는 태도가 배낭을 가볍게 만듭니다.
무게 배분과 패킹 요령
같은 무게라도 배낭 안에서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체감이 크게 달라집니다.
- 무거운 것은 등판 쪽, 어깨뼈 사이 높이에 둡니다. 침낭처럼 가볍고 부피 큰 것은 맨 아래, 물·전자기기처럼 무거운 것은 등에 붙여 중간 높이에 넣습니다.
- 자주 꺼내는 것은 위쪽·허리벨트 주머니에 둡니다. 간식, 선크림, 립밤, 휴대폰은 배낭을 내리지 않고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 우비는 항상 맨 위에 둡니다. 비는 예고 없이 옵니다.
- 가슴 벨트와 허리 벨트를 제대로 조이면 무게의 상당 부분이 어깨가 아니라 골반으로 분산됩니다. 배낭은 대략 30~38L 용량이면 충분하며, 큰 배낭은 그만큼 더 채우게 되므로 오히려 작은 배낭이 무게 통제에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출발 전에 완성된 배낭을 메고 대략 15~20km를 실제로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어깨가 아픈 위치, 필요 없는 물건, 손이 안 닿는 주머니가 그 한 번의 연습에서 전부 드러납니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순례길의 풍경은 더 잘 보입니다.